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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브랜드의 꼼수
작 성 자 송성환 등록일 2017/12/22/ 조   회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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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시전상인(市廛商人)이 난전(亂廛)을 금지시킬 수 있었던 금난전권(禁亂廛權) 이라는 제도로 인해 생필품의 자유로운 판매가 금지되었고 백성들의 피해는 날로 커져만 갔다. 조정에서는 이를 해결하고자 시전의 특권을 폐지하는 신해통공(辛亥通共) 제도를 도입하였고 이로 인해 시전이 급격히 쇠퇴하고, 시장자유화로 개인의 상업 활동이 보장되어, 일반상인의 시대는 조선후기 경제성장에 큰 영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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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과 비교하면 시전은 대규모점포이고, 난전은 영세 자영업자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조선시대처럼 대규모점포가 자영업자 영업활동을 직접 규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규모점포의 자금력, 기업연계, 공동구매, 서비스지원 등은 시전에 대한 혜택보다 큰 힘이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노브랜드 상품이 단적인 사례이다. 노브랜드는 국내 유통그룹이 주도하는 마케팅전략의 일환으로서 유통자본이 영향력을 확장시키기 위한 최신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노브랜드가 표방하는 슬로건은‘브랜드가 아니다. 소비자다’또는 ‘당신이 스마트 컨슈머가 되는 길’과 같이 겉으로는 매우 긍정적인 가치를 내세우고 있다. 즉, 노브랜드 상품은 상품에 들어가는 불필요한 비용을 최소화해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가 가능한 상품이라는 인식, 그리고 노브랜드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현명한 소비자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이렇게 노브랜드가 내세우는 슬로건이나 인식이 확산되면 어느새 노브랜드 상품은 거대 유통자본이 유통시장을 잠식하는 수단이라는 비판적인 인식은 설 자리가 없게 된다. 즉, 노브랜드 상품 전략을 통해서 유통자본의 횡포를 은폐시키고 유통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키워갈 수 있게 된다. 그 사이에 영세한 중소상공인과 골목상권의 피해가 악화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유통자본의 정교한 위장술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이마트는 노브랜드 전략에 상생의 가치를 덧대서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확산시켜가고 있다. 충청도와 경상도, 경기도에 이어 서울 경동시장에도 입점이 확정됐다고 한다. 외형상으로는 중소상인과 함께 하려는 상생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동선을 설계할 때 중소상공인들이 밀집해 있는 상가를 반드시 지나치도록 하는 것이나, 취급 품목을 구분해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등등이 그러하다. 이러한 상생노력을 인정받아 지난해에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자본 또는 대기업이 표방하는 상생이라는 가치는 위장과 변장의 또 다른 모습일 뿐, 궁극적으로는 유통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인접한 공간에 유통자본 매장과 영세한 중소상공인들의 매장이 함께 자리하고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은 채 함께 상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동화속 상상에 불과하다. 유통자본의 속성 상 본질적으로 자신의 힘을 키우는 데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자본의 힘과 마케팅, 그리고 여기에 더해 상생의 가치를 표방하고 골목상권으로 파고드는 노브랜드 전략도 결국에는 골목상권의 희생을 볼모로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통자본의 정교해지는 위장과 변장술을 직시하고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무엇일까? 필자는 그 답을 조선시대의 강력한 규제에서 찾고자 한다. 물론, 그동안 유통자본의 폐해를 줄이기 위한 규제방안에 대한 논의는 끊이지 않았고 지금 현재도 많은 정책이 발굴되고 있다. 하지만 논의에 그쳤을 뿐, 실효성 있는 규제방안을 도입하는 데는 실패를 거듭해왔다.



마침, 국회에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발의돼 현재 소관 상임위에 접수가 된 상태이다. 개정안에는 대형마트나 복합쇼핑몰의 입지와 영업 제한, 상권영향평가 대상업종의 확대와 투명성 확대, 지자체 의견수렴 강화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담겨 있다. 대형유통자본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법률 개정안의 통과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끝으로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유통자본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폐해를 은폐하는 위장술을 동원하고 있다. 그리고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중소상공인들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서 필요한 과제, 그것은 바로 대형유통자본의 횡포를 우리 사회의 적폐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규제하는 것뿐이다.



2017.12.22 새전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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