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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창작의 자유 침해 자유주의 근간 흔들어
작 성 자 송성환 등록일 2018/02/20/ 조   회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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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21일 새벽 3시 45분경 김기춘 전 대통령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구속되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하고 관리한 혐의다.
박근혜 전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정지표가 문화융성인데 좌편향 문화예술계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면 김기춘은 “문화예술계 좌파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하라”는 식의 지침을 내렸다. 수석비서관들은 이런 지시를 문화체육관광부에, 문체부는 산하기관에 순차적으로 하달하고 지시사항을 실행함으로써 정부와 견해가 다른 문화예술인 및 단체들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세월호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을 상영했다고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사퇴 압력을 받았고 예산을 대폭 삭감 당했다. 대통령이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자 한강에게 축전 보내기를 거부한 것은 거론하기조차 민망하다.
과거 독재정권의 검열과는 달리 신체적 위해를 가하지 않고 철저하게 제도적 불이익을 준다. 열악한 조건에서 창작하는 문화예술인에게 정부 지원을 끊고 외부 지원을 차단한다.
헌법적 가치를 유린하는 중범죄임을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 이들의 특징은 그게 무슨 큰 범죄냐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 미래미디어포럼은 “블랙리스트는 정당한 통치행위”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학문·예술의 영역만큼 비판이 생명인 세계도 없다. 비판이 없는 사회는 위험하다. 권력자가 자신을 향하는 비판을 용납하지 않고 국민들의 입에 재갈을 물린다면 이미 그 사회는 절망을 향해 치닫는다. 분단은 삶과 사고를 대립의 양극단으로 줄 세웠고 다른 편에선 사람들을 배제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70년간의 사회적 배제의 관행은 “정부 비판=친북=빨갱이=죽일 놈”이라는 등식을 성립시키고 권력 연장과 통치에 동원되었다.
블랙리스트가 자유민주의의 헌법질서 수호를 위해서라는 항변이다. 각종 조건을 전제로 내세워 기회를 박탈한 것을 당연시 한다. 아니 안중에도 없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의 헌법은 자유권을 비롯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 생명이다. 모든 기회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부여되어야 한다. 블랙리스트와 자유민주주의의 헌법질서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없는 대립지점인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헌법질서 수호를 위해 블랙리스트를? 어불성설이다.
특정 종류의 영화는 상영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조장한다든지, 예술 단체 지원 전제 조건으로 정치 집회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확인서와 향후 정치 집회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는 것 역시 조건을 내세운 규제이다. 이는 “지원금을 이유로 예술 단체의 정체성을 거세하려는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16년 3월 10일 헌법 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결정문에서 재판관 안창호가 보충적 의견에서 밝힌 것처럼,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우리 헌법의 권력 구조는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 위반 행위를 가능하게 한 필요조건”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 사회 깊숙이 뿌리 내린 반공반북의 관습적 가치체계가 헌법적 구속력을 초과해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블랙리스트 사건과 그로 인해 구속된 정부 관리들이 보여 준 인식과 태도는 헌법위의 이면헌법을 보여 준다.
여기에 지난 정부의 흔적 걷어내기 정책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대한 흔적 지우기로 이념적 대결을 조장하면서 동시에 정권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행태로 이어졌다.
문화예술분야 등에 ‘간섭하지 않는다’ 또는 ‘중립적으로 행동한다’는 ‘팔길이 원칙’이라는 용어가 있다. 물론 팔길이 원칙이 정부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이나 불간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주목하는 것은 이러한 원칙이 완전히 무시되고 정권의 유지, 연장, 나아가서 정치적 이념이 다른 개인이나 집단을 배제하기 위한 차원에서 문화예술 지원정책을 이용, 체제에 대한 순응을 강요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박영수 특검이 지적했듯이 “지원을 배제하여 예술의 본질적 영역인 창작의 자유를 침해하는 한편, 문화적 다양성을 잃게 함으로써 문화예술 소비자인 국민에게 피해를” 입혔을 뿐만 아니라, “직업 공무원제를 붕괴시키면서까지 문체부 공무원들을 최순실 등 비선실세와 일부 편파적 정파성향을 갖는 정치인들의 하수인으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문화예술에 옳고 그름이 어디 있겠는가. 다양한 창작의 가치가 존중되고 편가르기나 차별이 용인돼서는 안 된다.
블랙리스트, 그것은 표현의 자유를 봉쇄하는 것은 물론 공평한 기회를 배제시킨 것으로 자유주의 근간을 흔들고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위배한 것이다.

2018.02.19. 새전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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