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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당당해서 당황스럽다
작 성 자 총무담당관실 등록일 2021/11/23/ 조   회 74
첨부파일 20211123_전북일보_010면_085704.jpg (389 kb) 전용뷰어
이글은 얼마 전 있었던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이하 재단)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마치고 난 소회다.

기관을 운영하다 보면 민간이든 공공이든 완벽할 수는 없다. 그 자체로 합리화될 수는 없겠지만 크고 작은 업무과실이 있을 수 있고 비위도 있을 수 있다. 사람이 하는 일이 대개 그렇기도 하고, 어른들이 모여서 일하는 곳에는 어김없이 이상한 나라에서 온 괴상한 이방인들이 한둘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단은 허용치를 이미 넘어서서 조직의 근간이 흔들릴 정도의 수위에 직면해 있다. 주춤했던 퇴사 릴레이가 현 대표이사 취임 후 다시 늘기 시작한 것만 봐도 그렇다. 출범 첫해 4명이던 퇴사자는 이듬해 3명, 그리고 2명으로 줄다가 2019년과 2020년 6명과 9명으로 각각 늘더니 올해는 12명으로 증가했다. 대표이사는 근본적 원인을 외면하는 것인지 정말 무지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열악한 근무조건만 탓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넉넉 잡아도 두 달에 한 번꼴로 이루어진 전보인사는 가뜩이나 불안정한 조직을 더욱 수렁으로 빠뜨리고 있는 것 같다. 취임 후 가장 많이 한 일이 전보인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업추진도 목불인견이었다. 한국메세나협회 공모사업에 신청하면서 기업과 지역예술인을 연계시켜서 지속적인 기부문화 확산을 촉진시키겠다고 했지만 지역예술인은 안중에도 없었다. 5000만원이 넘는 사업비를 수의계약을 통해 외지업체 기성 영상물을 가져와서 전시하는 것으로 소진시키고 말았다. 예술인 후원이라는 메세나의 요체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왜 수많은 장르 중에서 굳이 뉴미디어아트라는 장르여야 했는지, 왜 굳이 외지의 모업체 작품이어야만 했는지, 지역예술인을 찾을 수가 없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대표이사의 궤변을 왜 행정사무감사장에서 들어야만 했는지, 아무리 양보해도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언론을 통해 집중 보도된 것처럼 창의예술교육랩 지원사업은 3본부 체계로 개편된 이후 재단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금융기관에서 종사했던 사람이 예술교육 콘텐츠 개발을 고민하는 연구진에 들어와 있는가 하면 해당 사업 추진과정에서 장비임차계약을 체결한 이벤트업체 대표도 연구진으로 들어와 있었다. 전공과 경력 모두 예술교육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본부장 지인이 포함되어 있는 건 덤이다.

사업계획서대로라면 이미 9월부터 연구진이 창안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시범적으로 추진되고 있어야 하지만 사업기간이 채 두 달도 남지 않은 지금, 시범운영 실적은 한 건도 없다. 연구진들의 연구실적도 가시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단계가 아니어서 그렇지 나름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모호한 답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연구원에게 지급되는 총 인건비가 1억원이 넘고 개별 연구원별로 계약까지 체결했는데 사업 막바지 단계인 시점에서 그냥 믿어달라는 얘기밖에 안 하고 있는 것이다.

본부장의 위증은 단연코 압권이었다. 인정하고 사과하면 대수롭지 않게 끝났을 수도 있었을 일을, 가지 않았고 돈도 받지 않았다며 시치미를 뗐다. 증거사진을 내밀자 행사 끝나고 찍은 사진이라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이 문제를 추궁한 분은 물론 행감장에 있었던 모든 이들이 당황했다. 본부장의 태도가 너무 당당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당당한 건 본부장만이 아닌 듯싶다. 대표이사가 감사 이후에 내부 제보자를 색출하겠고 하니 재단 노조가 반발하며 언론에 호소하고 있다. 반성과 점검, 개선방안 마련에 몰두할 시간도 모자랄 텐데 제보자 색출이라는 비윤리적 행태를 서슴치 않는 걸 보면 당당해도 많이 당당한 것 같다. 그래서 당황스럽다.


최영규 전북도의원 / 전북일보 2021.11.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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